글래스를 이제야 봤습니다. 어떻게 봤는지는 다 아시겠죠.. 여긴..... 그 커뮤니티니까요.
암튼 극장에서 못봐서 벼르고 벼르다 오늘 봤네요.
글래스. 이 영화는 19년전에 나온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 입니다. 23아이덴티티와 함께 3부작의 완결작으로 꽤나 기대를 모았죠.
전작인 23아이덴티티도 그렇지만, 언브레이커블은 꽤나 수작이라고 생각 합니다. 만화책 출신의 히어로물이 범람하는 요즘 장르에 대한 감독 나름의 탐구가 녹아 있다고나 할까요.
이번영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화책과 히어로물에 대한 그 탐구. 그리고 결과물이죠.
개인적으로 히어로물은 결국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소년소녀와 만화팬들은 각각의 히어로들에게 자신을 대입하죠. 자신이 되고 싶고 열망하는 모습 그대로의 히어로를 좋아 하고, 근본에는 그 히어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죠.
감독은 언브레이커블에서 부터 만화책이 중요한 텍스트라고 강조 합니다.-물론 영화속 세계 안에서- 실존하는 특별한 존재들에 대한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한 대중매체라는 것이죠. 1편부터 줄곧 각 주인공들이 실존하는 존재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애씁니다. 주인공들이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내 안에 있는 강력한-짐승같은- 존재를 깨우는 등 결국 자아정체성을 획득하는게 이전 작들의 주요 과제였습니다.
그러다 이번 3편에와서 그걸 비틀려고 하죠. 아니, 그런척 합니다. 사실 되지도 않는 그런척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다 결국 각 캐릭터들이 자아정체성을 깨닫는걸 모자라서 그걸 만방에 퍼뜨리는걸로 마무리를 합니다.
히어로 장르는 결국 캐릭터의 확립(자아정체성 획득), 그리고 팬들의 동일시(대중으로 전파)의 과정을 겪는다는 장르적 특징을 감독 나름의 스타일로 녹여낸 영화다.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아쉬운점도 있습니다. 사실 캐릭터가 정체성을 획득하는게 주요 과제라고 하지만 결국 1편과 2편의 반복에 그치지 않았고, 무엇보다 후반부에 폭발력이 부족했어요. 저예산인 탓인지 액션은 리액션 위주라는 점과 반전이도 큰 위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짜 맞추는 능력이 좋은 탓에 그런저럭 끝까지 볼만은 해요.
그러다 끝나고 나면 '그래.. 이 양반이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존재를 믿는것. 정체성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히어로물 장르의 본질이라는 것이죠. 약간 오덕스럽게 말 하자면 '각성'. 그리고 대중의 전파와 '덕질'로 이어지는 동일시까지.
한 장르를 좋하는 감독의 탐구가 녹아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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